활동

"따뜻하고 사려 깊은 진료"

사의련 2019. 9. 26. 15:03

[우리가 원하는 의료기관_3] '서안성의원' 강대곤 원장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가 '공익성 높은 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활동과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의 모습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건강권을 향상하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 의료의 공공성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3회로 서안성의원 강대곤 원장을 만나 의료협동조합과 지역사회 건강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011년 개원한 서안성의원은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에 속해 있는 의료기관이다. 1994년 만들어져 올해로 23주년을 맞은 안성의료사협은 조합원수 5,965명(2017년 11월 30일 기준) 출자금 10억 원, 직원수 100여 명에 이르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사협이다. 안성의료사협의 의료기관은 세 지점(본점, 3동지점, 서안성지점)에 의원 3곳, 한의원 2곳, 치과 1곳, 검진센터 2곳, 재가장기요양기관, 요양보호사교육원, 가정간호사업소로 구성돼 있다. 

 

"비결이요? 그런 거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지금의 안성의료사협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지역주민과 의료인의 힘을 합쳐 서로를 믿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큰 몫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안성의원 강대곤 원장(사진)은 매출, 직원수, 기관수, 그리고 역사에서도 전국 최고인 안성의료사협 발전에는 서로의 '신뢰'가 큰 몫을 했다고 설명한다. 

 

강 원장은 안성의료사협의 산 증인이다. 1997년부터 진료를 시작해 올해로 근속 20년을 맞이했다. 1994년에 안성의료사협이 만들어졌지만, 강 원장은 학생때인 1987년부터 주말진료를 시작했기에 굳이 따지자면 안성의료사협보다 연식(?)이 더 오래된 셈이다. 


안성의료사협과 청춘을 함께 보낸 강 원장의 요즘 고민에 대해 묻자 '정체성' 이야기를 꺼냈다. "협동조합의 위기가 3단계라고 합니다. 신뢰의 위기, 경영의 위기. 정체성의 위기인데요. 저는 현재가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는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협동조합을 통해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처음 개원하고 2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서안성의원에 대해 경영만 잘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일부 조합원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강 원장은 "의료협동조합을 처음 만들 때, 안성을 협동조합의 도시로 만들고 싶었어요. 최근에 협동조합기본법도 제정되면서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지요. 이제는 우리가 협동조합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합니다."며 원칙에서 다시 시작해야 함을 강조했다. 

 

공익성, 사회성을 지향하는 의료기관들의 모임을 표방하는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에 대해서도 강 원장의 '원칙'은 적용됐다. "예를 들어 윤리강령 같은 것을 사의련에서 만드는 겁니다. 거창할 필요 없이 소박하지만 원칙이 담겨 있는, '나는 의료인으로서 정직하고 좋은 의료를 하고 싶다' 정도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의료가 좋은 일이잖아요. 생명을 대하는 고귀한 일이라는 가치에 동감하는 많은 의료인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의과대학 등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포함해서요." 


강 원장은 조금은 낯 간지럽더라도 '따뜻하고 사려 깊은 진료' 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을 걷어내는 일을 함께하고 사의련은 그런 활동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의련에서 인권. 노동, 건강권 이런 부분들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개별 의료기관에서는 예방활동에 좀더 힘쓰고 의료협동조합 같은 곳에선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보건의료단체들이 있는 가운데 사의련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그는 "의료사협만 놓고 본다면, 먼저 중앙조직인 의료사협연합회에서 단위 조합에 제안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냐. 현장에서는 당장의 눈 앞에 일도 많은데 굳이 새로운 단체가 필요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도 있다"며 "저 개인적으로는 사의련의 역할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 의미 있게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솔직히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내놨다.

 

서안성농협 건물 2층에 위치한 서안성의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건강 관련 소식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건강소모임뿐만 아니라 해독강좌 등의 안내가 시선을 붙잡는다. 강 원장은 "의료협동조합은 지역사회 건강권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겠죠. 우리가 하는 모든 사업이 넓은 면에서 보자면 지역사회 주치의사업이라고 할 수 있죠. 안성은 요즘 협의의 주치의사업이란 이름 부친 일을 하는데요. 검진센터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처럼 만성질환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힘쓰는 것이죠."라면서도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이런 예방활동이 반영되지 않아 인력을 충원할 수 없다. 후속조치에 대해서라도 수가를 적극 반영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안성의료사협은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올해 펼치기도 했다. 주간보호센터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해바라기교실을 열어 뇌졸중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환자을 도왔고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배달하고 움직임이 불편한 장애인 등을 위한 사랑의 집 고치기 사업 등이 그것이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문재인케어'에 대해선 강 원장은 "비급여는 뜨거운 감자다. 정책 당국에서도 개별 의료기관들이 비급여로 수익을 보전하고 있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국민들의 부담을 고려해 문재인케어는 실시돼야 하겠지만, 수가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의사협회 등의 주장도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비급여 진료를 하지 않고 적정수의 환자를 보더라도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2017년 마지막 달을 남겨 놓은 지금, 내년 계획을 물었다. 그는 "개인적으론 휴가를 좀더 내 여행을 다니고 싶다. 병원이 자리잡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다. 특히 의료사협에서 경영위원회 일을 계속하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이 일이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그는 "의료협동조합의 경영지표를 만들어 보는 게 내년 업무 목표다. 예로 비급여 적정선은 얼마인지, 일하는 사람들의 급여는 어느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지 그렇기 위해 수익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에 대해 합의를 거친 의료협동조합 경영지침 정도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