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전원형 독립호스피스기관 만들 것"

사의련 2019. 10. 1. 15:43

[우리가 원하는 의료기관_4] '새오름가정의원' 황승주 원장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가 '공익성 높은 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활동과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의 모습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건강권을 향상하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 의료의 공공성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4회로 시흥에 위치한 새오름가정의원을 찾아가 지역사회 호스피스의료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새오름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2014년 3월 개원했다. 2004년 새오름호스피스라는 비영리민간단체로 시작한 지 10년 만에 지역의 대표적인 완화의료기관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인천 남구, 안산, 광명, 부천 등 근접한 도시에서도 환자들이 내원할 정도지만 2015년 7월 보험적용이 되기 전엔 매달 1,000~2,000만 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 호스피스기관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신천연합병원에 있을 때인 2002년부터 호스피스 환자를 봐왔죠. 임종 단계에 있는 환자들은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죠. 거기다 경제적인 문제까지 겹치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집니다. 그래서 2004년 새오름호스피스라는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게 됐습니다."

 

- 대형병원도 아니고 지역에서 호스피스기관을 운영하려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전문기관이 돼야 활동할 수 있습니다. 우선 시설이 필요했죠. 2007년 센터건립기금을 모으기 시작했죠. 모금 활동을 돕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기부금민간단체 지정을 받았습니다. 이걸 해놔야 후원해 주신 분들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3월, 새오름가정의원을 개원하고 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받게 된 겁니다. 2016년에는 시설을 확장해 10병상에서 14병상으로 늘렸고 올해 8월에 가정형호스피스 시범사업 의원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 주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1,000여 명 정도 됩니다. 제가 신천연합병원에 있을 때 목사로 활동한 적도 있고 해 교회들의 후원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업체, 약국, 시흥시의 약사회와 의사회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2004년부터 지역사회에서 어려운 환자들을 돕고 이를 알리는 과정에서 가족들이나 자원봉사하는 분들이 '정말 호스피스는 필요하다'를 생각으로 후원에 동참해 준 게 큰 힘이 됐습니다. 물론 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돼 보건복지부와 시흥시의 지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당연한 질문인 것 같지만 지역사회에 왜 호스피스의료기관이 필요한가요.

"말기암 환자들은 가족들이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자주 올 수 있어야 하죠. 그러려면 30분 정도 거리에 기관이 있어야 부담이 없는 거죠. 우리나라의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은 대형병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지역의 호스피스기관들이 많아져야죠. 환자와 가족 모두 원하는 것이니까 말이죠."

 

- 대형병원의 호스피스와 지역사회의 호스피스는 역할이 다르지 않나요.

"크게 호스피스의료는 가정형과 자문형으로 나뉩니다. 자문형은 대형병원에서 암 환자보다는 간경화, 에이즈,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병세가 악화돼 죽음이 가까워오면 환자를 치료했던 전문과에서 호스피스자문팀에 의뢰를 합니다. 자문팀에서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완화의료에 대해 설명하고 심리치료나 연명치료에 대해 돕는 것이죠. 가정형은 입원을 하지 않고 집에서 치료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죠.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집으로 방문해 수액처치, 통증관리, 심리치료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물론 가정형호스피스도 대형병원에서 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의 호스피스가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 그런 면에서 올해 8월 새오름호스피스가 보건복지부의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 대상 기관으로 선정된 것이 의미 있는 일이겠습니다.

"네. 새오름은 현재 입원형을 하면서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가정형 호스피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입원했다 몸 상태가 호전되면 가정으로 가고 싶어합니다. 이런 환자들을 위해 집으로 직접 의료진이 찾아가 여러 처치를 해드리는 것이죠. 응급상태가 발생하면 다시 입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시범사업이 끝나면 보험도 적용될 수 있고 확대될 가능성이 많아 지역사회에서 보면 반가운 일이죠. 현재 2차 시범사업에는 새오름같은 의원급이 4곳 밖에 없거든요."

 

- 호스피스의료는 일차의료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지역사회에서 일차의료의 역할이 특히 중요합니다.

"일차의료가 탄탄해야 지역사회 환자들의 건강관리에 이상이 없게 됩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하고 있는 저희 입장에선 암 예방 관리에 관심이 많죠. 말기암 환자들의 호스피스의료와 함께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암 예방 교육도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가 창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도움 말씀을 주신다면.

"공공의료가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유대, 의료적인 유대를 만들어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건 필요하고 사의련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의련에 속한 의료기관들은 지역의 주민들에게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적절한 의학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죠. 의료기관들은 각자 전문 분야를 충실히 하면서 필요할 경우 연계를 통해 지역의 건강권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면요.

"전원형 독립호스피스기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기관이 도심의 건물 안에 있으니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산책을 한다든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환경에서 마지막 인생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현재 기금 모금 캠페인도 벌이고 있는데,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꼭 이루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