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의료협동조합, 성과지표부터 만들자"

사의련 2019. 11. 19. 10:56

[우리가 원하는 의료기관_8]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박치득 감사

 

[우리가 원하는 의료기관]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이하 사의련)가 '공익성 높은 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활동을 소개한다. 다양한 활동과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의 모습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건강권을 향상하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 의료의 공공성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8회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박치득 감사를 만나, 의료협동조합에 필요한 경영 관리 기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은 1,906개, 협동조합은 일반협동조합 12,022개며 사회적협동조합 929개이다. 아직도 많은 곳에서 협동조합은 발기인대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은 사업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양적 성장세는 남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만을 바라고 만들어진 사회적기업도 있고 설립 후 가동이 안 되는 협동조합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박치득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감사는 일반 기업에서 예산, 인사, 조직 등 분야의 관리자를 오랜동안 해온 경영전략통이다. 2016년 7월부턴 은평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창업 7년차인 사회적기업 '아빠맘두부'의 사장이기도 하다. 유통기한이 짧은 두부를 팔기로 한 건 철저하게 지역전략을 앞세운 것으로 회사는 작년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서비스업이 대세인 사회적기업에서 두부 제조업을 택한 것은 '노동'이 주는 의미가 있어서였다. 3월 30일 박 감사를 만나 의료협동조합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경영노하우에 대해 들었다.

 

"통솔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은 민주적 의사결정을 중요시 한다. 하지만 조직을 만들거나 사업을 시작할 땐 핵심주체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이 안정되기까지 몇몇 사람이 끌고 갈 수밖에 없다. 만약 그런 리더가 없다면 만들어야 하고 사업은 보류해야 한다."

   

경영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시간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빠른 결론을 내는 것은 중요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말에서 사업 초기와 결정의 순간에는 '빨리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살림의료사협의 경우는 그런 면에서 행운아다. 살림의원 추혜인 원장은 의료사협을 하기 위해 새로 의과대학을 간 사람이다. 지역에서 추 원장이 갖는 신뢰도는 엄청나다. 유여원 상무는 다른 의료사협에서 실무경험을 쌓으며 준비를 해왔다. 의료협동조합이 자체 수익만으로 운영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모금학교에 다니며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 그는 조직이 굴러가기 위해 사람 중심의 협동조합 원칙을 지키면서도 '중요한 사람'은 있게 마련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협동조합의 어려운 점은 의사 수급에 있다. 협동조합의 정신과 가치를 가진 의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런 의사가 없다면 속된 얘기로 사와야죠. 그런데 다음이 문제다. 의료협동조합에서 의사가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크다. 가치를 공유하지 못한 의사가 들어오면 조직이 휘둘릴 수도 있다.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월급 등 보수 문제도 챙겨봐야 한다"

 

-의료협동조합의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먼저 성과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일반 기업이야 재무적 성과, 돈이다. 협동조합만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성과표부터 만들자. 예를 들어 항생제 처방률을 줄이는 것이 협동조합의 목표라면 성과표에 넣는다. 직원들의 임금도 그렇다. '열정페이'만으로 노동을 구해선 안 된다. 급여 현실화 5개년 계획 잡자, 5년이 지나도 똑같다면 사업 그만둬야 한다. 취약계층 지원, 조합원 교육 등이 성과지표의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다. 논의를 해 이런 성과지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평가에는 절대평가, 상대평가, 비교평가가 있다. 의료협동조합를 절대평가 할 순 없다. 상대와 비교를 하려면 다 같이 인정하고 공유하는 평가항목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열 일 제쳐놓고 이것부터 만들어야 한다."

 

-의료협동조합도 사업이다. 사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수익이 필요하겠다.

"수익도 성과지표처럼 논의를 거쳐 개념부터 정해야 한다. 일반 주식회사는 고객이라고 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용역과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다. 그런데 수익을 가져가는 사람은 주주다. 이익의 원천과 향유자가 다른 것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이익의 원천이자 향유자다. 조합원이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의료기관의 수익은 다시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이익을 내려면 용역과 서비스 가격을 높게 받거나 비용을 줄이면 된다. 가격을 높게 받으면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다. 비용을 줄이면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꼴이다. 둘다 조합원에게 이익이 되느냐는 것이다. 자본기업처럼 이익을 내는 것이 협동조합에는 통용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합원에게 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없는 것인가.

"지금도 하고 있지만 할인을 해주는 것이다. 다만 할인폭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할인폭이 너무 크면 수익이 떨어질 것이다. 따져보자. 시중금리가 3%라고 하면 조합원들에게 3% 할인은 해줘야 한다. 조합원들은 출자금을 낸다. 이자도 안 나온다면 모든 걸 떠나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조합원 출자금이 5억원이면 3%에 해당하는 1,500만원은 할인을 해줘야 한다. 할인액이 조합원에게 균등하게 가느냐, 차별적으로 적용될 지는 다음 문제다."

 

-의료협동조합이 경영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규모화냐 거점화냐를 결정해야 한다. 협동조합의 가치를 지키면서 경영효율을 꾀할 수 있는 적정규모가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덩치를 키우는 규모화가 아니라면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 새로운 의료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거점화다. 규모화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의료협동조합 거점화에 사용할 수도 있다. 관리요소, 비용, 이해당사자 등을 모두 고려해 치열한 논쟁을 펼쳐야 할 부분이다."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개인적으로 선택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거점화가 필요할 것이다. 큰 병원이 많이 생기는 것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 좋지 않은가. 의료사협에서 데이케어센터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규모화와 거점화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그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국영기업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여기서 인사관리를 했다. 10년 후 기업은 민영화 과정을 겪는다. 민간에 매각을 하기 위해 사업이 둘로 쪼개지고 이 과정에서 그는 회사를 새로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회사 이름부터 규정, 조직까지를 총괄하는 전략팀장을 맡았다. 회사가 매각되면 전략팀장은 밀려나는 게 일반적인 데 살아남았다.

 

"운이 좋았다. 국영기업, 그리고 국영, 민간 반반 기업, 오너기업까지 경험하면서 전략, 신사업, 인사, 조직, 예산, 손익 등을 들여다 볼 기회를 가졌다. 이런 경험들이 지역의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지역 활동가들은 대부분이 인문사회계열 전공자가 많았고 저처럼 상대를 나온 사람이 없다. 그런 면에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같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점은 '협동조합도 사업체'라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가 하는 사업방식이 협동조합의 7원칙을 지키며 하는 것이다"며 "하지만 사업이 가치나 비전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경영적 관리가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는 플레이어가 많다. 우리와 같은 플레이어가 있는 반면 정반대도 있다. 우리끼리가 아니고 사회에 도움이 되려면 힘을 가져야 한다. 더 좋은 서비스와 더 좋은 가격을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