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의료기관_9] '홍성의료생협 우리동네의원' 이훈호 원장
[우리가 원하는 의료기관]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가 '공익성 높은 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활동을 소개한다. 다양한 활동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의 모습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을 향상하고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의료의 공공성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9회로 홍성의료생활협동조합 우리동네의원 이훈호 원장을 만나 농촌지역 의료협동조합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부터 의료생활협동조합만 고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홍성의료생활협동조합 우리동네의원 이훈호 원장은 지역에서 처음 생각한 농촌 주민을 위한 의료는 주민이 참여하는 보건소나 보건지소 등을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조합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지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합의원을 보건소 위탁 사업 형태로 진행하거나 지역에 관심 있는 의료인이 보건지소장으로 고용돼 활동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관련 기관을 만나 문의했지만 현재 구조로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병의원도 없어지는 농촌의 작은 면에서 혼자의 힘으로 의료 시스템을 만드는 건 어려웠다. 생활협동조합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유일한 가능성이었다.
최근 정부는 '사무장 병원'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의료생협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의료생협은 설립 조건(조합원 500명, 출자금 1억 원)이 까다로운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한계와 부작용이 있지만 작은 단위 협동이 가능했던 생활협동조합 시대가 저무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홍성의료생협 이사진들은 의료사협으로 전환 이유를 알고 있지만, 작은 지역에서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곤란해 하고 있습니다"고 말한다.
의료생협이 없어지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현재의 전환 조건이라면 의료사협은 어려울 수도 있지요.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역 의사로 활동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노인 교실이나 소모임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의료를 제외한 돌봄 협동조합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라며 “보건소가 지역의 의사 자원을 활용했으면 하고, 주민참여형 보건지소나 공모제를 통한 보건지소장 선출 등이 농촌의 의료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농촌에서 의료생협은 좀 다를 것 같다.
"큰 조직이 아니라 면 단위 일차진료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소규모 단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기반, 관계망을 만들어야 하는 도시와 다르게 이미 있는 관계에서 필요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려 한다. 지속가능한 농촌 만들기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 홍성지역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홍성지역에서 공중보건의로 있었던 게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공중보건의를 마치고 안성의료사협 안성농민의원에도 있었고 1년 동안 홍성의 요양병원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지역에 귀촌한 사람처럼 살았기 때문에 지역주민과 건강교실, 건강실천단, 운동교실 등을 함께했다."
홍성의료생협은 2014년 4월 발기인 대회를 열고 이듬해인 2015년 5월 창립총회를 통해 설립됐다. 우리동네의원은 2015년 8월 개원했다. 현재 우리동네의원에는 하루 20명, 한달이면 480~500명 주민이 방문하고 있다. 이 원장은 우리동네의원이 개원하기 전까지 건강상담소, 강연회, 다이어트 모임 등 소모임을 진행하며 주민과 소통했으며 이것이 밑바탕이 돼 의료생협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현재 홍성의료생협의 조합원은 550여 명이다.
- 요즘 보건의료 분야 관심은 '커뮤니티케어'다. 그나마 공동체가 살아 있는 농촌에서 더 효과적인 정책 아닌가.
"마을마다 사정이 다르다.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서로 돌보는 마을도 있지만, 고령자들만 남아 있는 마을이나 마을기능이 깨진 곳은 오히려 심각하다. 보건자원도 문제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보건지소 의사에게는 '사고 없고 민원 없는' 진료 정도만 기대한다. 보건사업은 담당자 혼자 다 맡는다. 면사무소는 행정복지 센터로 변하고 간호사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케어가 중심이 되기 어렵다. "
- 커뮤니티케어는 시설이나 병원에서 지역으로 돌봄의 주체를 바꾸자는 것이다. 고령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택에서 다양한 보건복지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라지만 잘 이해가 안 된다. 사람답게 사는 데 필요한 건 커뮤니티다. 재가 서비스 하듯 집과 의료를 연결한다고 하면, 오히려 함께 입원한 사람이라도 보는 병원을 나와 집에 갇히는 꼴이다. 마을기능을 살리고 지역의 기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과 면 단위에 커뮤니티케어 공간이 있어야 한다. 활동하게 하고 돌봄을 받게 하는 곳을 말하는 것이다. 사회적인 고립을 막는 게 중요하다. 소규모 시설을 고민해야 하며 호스피스를 담당하는 요양시설도 필요하다. 나이 들어서도 안심할 수 있는 지역사회여야 한다."
- 주치의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장애 인주치의 시범사업은 시작됐고 노인 주치의 제도 커뮤니티케어와 함께 중요한 이슈가 됐다. 주치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시장화되고 원하면 어느 병원이나 갈 수 있는 의료 체제에서 주치의가 매력적인 서비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장애인주치의도 그렇다. 일년에 12번 건강 체크 받고 잔소리듣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주치의가 건강을 챙겨주니 쓸데없는 걱정이 줄었다거나, 검진이나 예방접종처럼 꼭 해야 하는 관리를 빠지지 않고 한다처럼 일부러라도 선택하고 싶은 이유가 필요하다. 의사 입장도 그렇다.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주치의를 담당하는 일차의료 기관뿐 아니라 2, 3차병원도 협조하고 같이 해야 한다.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가 공통 주치의 서비스나 메뉴얼을 만들면 좋겠다"
우리동네의원은 지역주민이 정말 아끼는 공간이다.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에게 우리동네의원은 자신들의 공간이다. 다른 마을에서 의원을 찾으면 손님 대접으로 진료순서를 양보하는 게 진료실 풍경이다"고 전하는 그의 말에서 농촌지역 의원이 사람들 마음속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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