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주치의가 된다는 게 무엇일지 소아과 의사되고 늘 화두였지만 그 동안엔 입퇴원 너머의 아이들과 가정을 만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퇴원 후 다니던 동네의원에 가시도록 병력을 잘 정리해 드리는 정도였다. 이제 내가 그 동네의원 주치의가 되었다. 질병의 시작. 아주 가벼운 불편함과 증상들로 찾아온 아이부터 좀 더 심해진 아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하루가 펼쳐진다. 더불어 아이를 데려온 가정마다의 등장인물과 사연들까지 두루 담겨온다. 이미 진행된 증상에 대해 입원여부를 결정해 주고 약과 주사 위주로 질병을 치료하던 행위에서 지금은 약이 꼭 필요한지, 다른 접근이 필요한 건 아닌지, 왜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지 바라봐야 할 시야와 깊이가 달라졌다. 문제는 그렇게 마냥 깊어지기에 진료실이란 공간과 진료시간은..